2009년 11월 22일 일요일

한국계 독일인이 '기억과 회상' 이론 규명

派獨간호사 아들 데닝어씨, 네이처에 논문
기억처리 역할 ’감마리듬’ 메커니즘 발견

’토탈리콜’과 ’블레이드 러너’ 등 공상과학(SF) 영화 속 사람의 기억을 조정하는 첨단 기술의 실현에 한 발짝 다가서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계 과학자가 참여한 국외 연구진이 발표한 이 연구는 인간의 미묘한 정신 작용인 ’기억과 회상’ 메커니즘을 밝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정신분열증과 치매 등 기억ㆍ인지 질환을 치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원 토비아스 데닝어(30.한국명 한별)씨는 “유럽 연구진과 함께 뇌세포 사이에 흐르는 전류의 일종인 감마리듬(Gamma Oscillations)이 다양한 주파수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인식 정보를 효율적으로 운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런 내용은 네이처 최신호(19일자)에 게재됐으며, 데닝어씨는 논문 제2저자로 실험 자료 분석과 이에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맡았다.

데닝어씨는 1970년대 독일에 파견된 한국인 간호사 이완순(57)씨와 현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독일인 과학자다.

감마리듬은 25∼100㎐ 대역으로 뇌 가운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상융기(Hippocampus)에 과거의 기억과 새로 인식한 사실을 전달해, 뇌가 이 두 정보를 비교ㆍ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억과 회상, 인식 작용에서 ‘운송자’ 역할을 맡는 셈이다.

연구팀은 쥐의 뇌파를 분석하는 실험으로 낮은 주파수의 감마리듬이 기억 정보를, 고주파 대역은 인식 정보를 옮긴다는 점을 밝혀냈다.

데닝어씨는 “뇌세포들이 이처럼 다양한 주파수에 실려온 정보를 효과적으로 구분해 처리하고자 ‘주파수 채널을 돌려가며’ 감마리듬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점도 확인했다”며 “라디오 수신기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과거의 경험을 제대로 떠올릴 수 없고, 지금 당장 접하는 현실과 예전의 기억을 구별하지 못하는 혼란 상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데닝어씨 팀의 성과는 정신분열증과 치매 등 기억ㆍ인지와 관련된 정신 질환의 이해를 넓혀 치료법 개발에 새 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국내 뇌과학 권위자인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경과학센터장은 “감마리듬이 주파수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중요한 연구”라며 “뇌의 정보 처리 기전을 이해해 이런 과정이 잘못되면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를 찾는 실마리로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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